어머님의 조막손과 주민등록, 손톱 발톱깍기. 어머님의 예쁜 손이 슬프다

70년대 초의 어느 해인가!

아버님과 어머님이 밖에서 약속을 하셨다.
난 엄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고
이내 아버님을 만났다.

읍사무소였는지 어디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날, 엄마는 지문을 찍어야 하셨다.

볼일은 바로 그것이었다.
지문인식.

그런데, 그 지문인식을 위해
손가락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시면서,
자꾸 다른 손으로 지문을 찍는 손의 손가락을 가리셨다.

우리 어머님의 손은
손가락이 조막손이다.


손톱은 네모났고
손가락의 끝은 뭉툭하다. (배우 한석규 씨의 손을 모아 놓은 상태이다_)

너무나 못생긴 손을 가지신 것이다.
남이 자신의 손을 보는 것이 너무나 싫으신 것이다.
창피하신 것이다.

그 후, 나는 엄마 손만을 20여년 동안 보면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
다른 여성의 손을 보고 나서는
길쭉길쭉 한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잔뜩이나, 이 조막손의 손톱을 이로 심심하시면 뜯기 때문에
손톱도 불규칙하고, 더 안 이뻐 지셨다.

내 나이 20살 넘어서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난, 어머님의 손톱과 발톱을 깍아 드린다.

고향집에 가는 날이면
어머님은 가끔 손톱 발톱을 깍아 주실 것을 요구하셨고,
난 국민학교 중학교 다니면서도 증조할머니의 손발톱을 깍아드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엄마에게 달려들어서 손톱을 깍아드린다.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져서
으레이 집에 가면, 손발톱을 깍아드린다.

사실 깍아드릴 손톱도 없다.
엄마가 이미 이로 다 뜯어 놓으셨기 때문이다.

자기 손으로 손발톱도 못 깍는다고
아버님이 어머님을 쿠사리를 하실 때면

'난, 막내아들이 깍아주는 게 좋아'하시면서 웃으신다.

심지어는, 내 아내에게 말씀하신다.

'너도 손톱깍아 달라고 해라'

아내가 마구 웃어댄다.

요즘, 83세의 우리 어머님 손발톱을 깍을 때면,
예전과 다르다.

손톱을 이로 물어 뜯을 기운이 없으시고
살림하시는 양도 없어지시거나 줄었기 때문에
손톱이 온전히 남아있다/

난, 슬프게도 예쁘게 자란 손톱을 자른다.  손톱도 두꺼워지시고, 둔탁하다.

예전처럼 우리 어머님이 기운이 있으셨으면
물어 뜯은 손톱을 다듬기만 하면 되는데....

어머님의 예뻐지신 손이 슬프다.

by pricing | 2013/08/24 11:03 | 아버님 어머님과 행복인생여행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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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독자 at 2013/10/03 09:39
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예쁜 손이 바로 엄마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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